줄어든 '비딩 전쟁' 바이어에 유리해진 주택시장

 
[비싸지 않게 집 사는 법]
팬데믹 이후 경쟁 최소
매물 증가 전망 우세해

오퍼 통해 ‘밀당’ 잘해야
컨틴전시 더욱 중요해져
 
팬데믹 이후 주택시장에서 바이어는 컨틴전시를 포기하면서까지 위험한 비딩 경쟁을 벌여야 했고 결국 비싸게 집을 사는 경우가 허다했다. 최근 발표된 ‘머니 앤 모닝 컨설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집을 산 홈오너 중 36%가 과도한 금액을 지급했다고 답했다. 이런 후회가 일종의 학습효과를 만들어 집을 사기 위해 나선 바이어들은 집의 크기, 스타일, 위치 그리고 편의시설 등 원하는 바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고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바이어의 관심은 비싼 값을 치르지 않고 집을 사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4가지 전략을 알아본다.
 
▶비딩 전쟁? 당연하지 않다
 
집을 사기로 나서면 자동으로 비딩 경쟁에 휩싸일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대신 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심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딩 전쟁은 2020년 봄 성수기 이후 새로운 일상처럼 인식됐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지난 5월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전국 에이전트들이 비딩 경쟁 중이라고 답한 매물 비율은 58%로 15개월 최저를 기록했다.
 
테네시주 내시빌 ‘리맥스’ 부동산의 크리스 그라임스 대표는 좋은 위치의 매물은 여전히 복수의 오퍼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평균 10~15개 오퍼가 현재는 많아야 5~10개 오퍼로 줄었다”고 말했다.
 
덴버 ‘더 루스 팀’ 부동산의 니콜 루스 매니저도 “매물에 대한 바이어 방문과 오퍼가 없는 경우도 생겼다”며 “경쟁이 심하지 않은 시장에서 바이어 혼자 공격적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달라진 주택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변화상을 점검하고 이해하는 것”이라며 “특히 요즘과 같은 급변하는 시기에는 전국적인 트렌드를 뒤쫓기보다는 더욱 로컬 시장에 집중해서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적인 매물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뉴욕 ‘콜드웰 뱅커 워버그’의 프레데릭 워버그 대표는 “해당 부동산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이슈를 최대한 빨리 모아 종합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용한 접근법”이라며 “이후 본인의 상황이 얼마나 유동적인지 파악하고 최선의 오퍼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 집에 안주하지 말라
 
처음 발견하고 알아본 집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대신 바이어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갖춘 집에 집중해야 한다.
 
루스 매니저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는 바이어들이 실제로 아무 집이나 샀다고 밝혔다. 그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 주변의 집이든, 지붕 위로 대규모 전력선이 지나가는 위치든 상관하지 않고 쫓기듯 집을 샀다”며 “이때는 셀러는 적고, 바이어는 넘치는 광란의 시기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주택 공급량이 늘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전국 액티브 리스팅은 전년 동기대비 17% 증가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매물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으로 바이어 입장에서 선택권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부로 가격 올리지 말라
 
알아서 리스팅 가격보다 높게 오퍼할 필요도 없다. 대신 에스컬레이션 조항(Escalation Clause)을 활용하는 게 낫다.
 
지금은 무슨 일이 생겨도 집부터 사려는 바이어는 줄고 있다. 대신 본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재정적인 여건에 집중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늘었다. 루스 매니저는 “바이어가 스스로 해야 할 질문은 ‘이 집이 정말 이 정도 돈의 가치를 할까’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질문이 유효한 까닭은 심지어 이제는 셀러 가운데도 달라진 시장 현실을 이해하고 적응한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극심했던 시기에는 많은 셀러가 에이전트의 코치에 따라서 리스팅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가 간절한 바이어는 이미 오른 리스팅 가격에 웃돈을 얹어 오퍼하기를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점점 많은 셀러가 리스팅 가격을 자발적으로 낮추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전국 주택 매물 중 22%가 호가를 낮췄는데 이는 2015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루스 매니저는 이와 관련해, “대부분 호가를 낮추는 시점은 리스팅 이후 첫 주말이 갓 지난 직후가 가장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니 과감하게 높인 가격으로 오퍼를 제시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만약 경쟁자가 의식된다면 오퍼에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넣는 방법이 있다. 해당 조항을 통해 바이어는 셀러에게 리스팅 가격 또는 그 이하에 집을 사고 싶다, 그러나 만약 더 높은 가격이 테이블 위에 오르면 일정 범위 안에서 가격을 높여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 바이어가 가진 회심의 카드를 맥없이 공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경험과 능력을 갖춘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으면 의도는 보여주되 출혈을 최소화하며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만들 수 있다.
 
▶컨틴전시를 완전히 포기 말라
 
주택 감정, 인스펙션 등 컨틴전시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에 바이어 본인의 투자 대상인 집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셀러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 있는 컨틴전시 책임 면제는 팬데믹 기간 중 하나의 표준처럼 작동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셀러 입맛에 맞는 조건을 내걸면서 시선을 끌고 결국에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는 동시에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라임스 대표는 “인스펙션 컨틴전시를 하지 않겠다는 바이어는 해당 주택을 ‘있는 그대로(As-Is)’의 상태로 사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지난해 이렇게 집을 산 바이어들 가운데 이후에 집의 결함을 발견하고 상당한 수리비를 지출했거나 셀러를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이들도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주택 감정도 비슷한데 이를 건너뛰는 것은 상당한 대가를 동반한다. 모기지 렌더는 대출이 실행되는 집의 감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렌더 입장에서 만약 바이어가 이를 거부하면 집의 가치가 필요한 대출액만큼 산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이어 입장에서 셀러에게 어필하기 위해 건너뛴 감정 때문에 셀러의 시선은끌었지만, 결과적으로 다운페이에 쓰려고 했던 금액으로 모기지 부족분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그라임스 대표는 “당초 20% 다운페이를 하려고 했던 현금이 10%로 쪼그라들면서 더 높은 이자율과 불리한 조건으로 모기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선택적으로 만약 충분한 현금이 있다면 모를까 주택 감정을 하지 않는 것은 요즘 시장에서는 권유되지 않는다.  
 
루스 매니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세운 전략이 필요한 시장 상황”이라며 “필요한 조사를 모두 하고, 당사자와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경쟁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최고의 결실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정일 기자>
출처 : 미주 중앙일보 The Korea Daily
 
https://news.koreadaily.com/2022/06/22/economy/realestate/202206221606043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