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주택시장이 기지개를 폈다. 4월 들어 주택 거래가 늘고 주택 매물도 풍성해졌다. 한동안 집을 팔 수 없던 처지였던 셀러들이 지난해 주택 가격 회복과 함께 다시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택시장 상황이 좋아졌다고 해서 내놓은 집이 다 팔리는 것은 아니다. 셀러와 에이전트 간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좋은 가격에 제때 집을 팔 수 있다. 반면 셀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에이전트를 마치 직원처럼 부리려는 셀러는 주택 판매는커녕 에이전트를 힘들게만 한다. 주택 거래 클로징 서류가 최종 서명될 때까지 셀러와 에이전트는 서로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자세가 성공적인 주택 판매의 지름길이다.


◇ ‘우리 집이 어떤 집인데’ 자부심이 지나친 셀러

집을 팔기 전에 집을 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집 청소나 수리보다 더 중요한 준비과정이 있는데 집과의 ‘정’을 끊는 것이다. 수십년 간 살아온 집에 애착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겠지만 집을 팔려면 정을 당장 끊어야 한다.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셀러는 리스팅 에이전트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제3자의 입장에서 제시되는 시세 의견이 애착이 강한 셀러의 귀에 곧이곧대로 들리기 어렵다.

자기 집이 다른 집보다 특별하다는 생각 때문에 더 비싼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시세보다 높은 ‘오버 프라이스’ 매물은 아무리 주택 거래가 활발한 때라도 빨리 팔리지 않는다. 만약 에이전트가 제시하는 리스팅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아직도 집에 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집을 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청소 누가 대신 안 해주나’ 집 정리에 게으른 셀러

집을 내놓기로 결정했다면 집 정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집을 내놓자마자 보러올 바이어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셀러는 셀러로서의 기본의무를 무시한 채 그저 에이전트가 집을 빨리 팔아 주기만 요구한다.

어떤 셀러는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집안 청소를 은근히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설사 에이전트가 집 주인을 대신해서 청소를 해 주더라도 한계가 있는 법. 적어도 셀러 개인물품은 셀러가 직접 정리해야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에이전트에게 청소를 부탁하려는 셀러는 시작부터 에이전트와의 관계가 틀어지기도 쉬워 집을 파는 동안 난항이 예상된다.


◇ ‘어떤 바이어인지 확인해야지’ 항상 집에 있으려는 셀러

오픈하우스나 바이어가 집을 보러 올 때 가급적이면 셀러가 잠시 집을 나가 있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바이어가 집을 보러 와서 마치 미래의 자기 집인 것처럼 상상을 해 봐야 구입 결정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집을 보러왔는데 셀러가 집을 지키고 있으면 그저 방문자로 취급당하는 느낌밖에 받지 못한다.

집안 구석구석을 보려 해도 왠지 모르게 눈치를 봐야 할 것 같아 불편하다. 만약 누군지 알지 못하는 바이어에게 집을 보여주는 일이 신경 쓰인다면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잠시 집에 있어 줄 것을 부탁하면 된다. 오픈하우스를 방문하는 바이어들이 궁금하다면 집주인 티를 내며 있기보다는 마치 방문자인 것처럼 잠시 들렀다 가는 방법도 있다.


◇ ‘이 오퍼가격이 더 높은데’ 바이어 자격보다 가격만 보는 셀러

지난해와 같은 셀러스 마켓 상황에서는 여러 건의 오퍼를 받기가 쉽다. 매물보다 집을 사려는 바이어가 많기 때문에 한 매물에 여러 명이 오퍼를 써 내기 때문이다. 복수오퍼를 받은 상황에서는 셀러와 리스팅 에이전트간의 의견조율이 매우 중요하다. 주택 거래 경험이 많은 에이전트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게 주택 거래를 마무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에이전트는 오퍼에 적힌 가격보다는 바이어가 주택 구입에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 지를 우선 검토해 셀러에게 전달하는 편이다. 반면 셀러들은 대출 자격보다는 높은 가격의 오퍼를 써낸 바이어들에게만 관심을 보이기 쉽다.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바이어들은 대개 대출자격이 떨어지거나 경쟁에서 이기려고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부르기 때문에 거래 성사 확률은 떨어지는 편이다. 따라서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써낸 좋은 기회를 잡으려면 리스팅 에이전트의 바이어 심사 능력을 믿어보는 것이 좋겠다.


◇ ‘이젠 우리 집 아니니까’, 뒷정리가 안 되는 셀러

집을 내놓기 전에 집을 깔끔하게 정리 정돈해야 집을 파는데 도움이 된다. 집을 팔고 난 뒤에도 뒷정리가 말끔하게 되어 있어야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 없이 주택 구입 절차가 무난히 완료된다. 일부 셀러는 그저 빨리 집을 팔고 이사 나가는 데만 급급해 뒷정리를 소홀히 하는데 에이전트를 힘들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집을 좋은 가격에 팔았을 때는 물론 원했던 가격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팔았더라도 집을 내놓을 때와 마찬가지로 깔끔한 뒷정리가 필수다. 집을 구입한 새 주인의 입장에서 바로 입주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물품을 남기지 않아야 큰 탈 없이 주택 구입을 마칠 수 있게 된다.

대개 에스크로 마감 5일 전쯤 바이어가 다시 집을 방문해 마지막 상태를 점검하는데 이때 집안상태가 처음과 다르거나 입주 준비가 안됐다고 판단되면 자칫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천장부터 지하실까 차근히 살펴서 불필요한 물품은 깔끔하게 정리해 새 주인이 이사 와서 다시 정리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셀러에게 바이어 측이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 구입 후 셀러 측에도 협조적인 편이다.

주택 구입이 완료됐다고 해서 셀러, 바이어의 관계가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집을 판 셀러의 우편물이 뒤늦게 전달되는 경우 등이 잦아 집을 판 뒤에도 셀러가 바이어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미주 중앙일보

▲ 주택 거래 동안 셀러와 바이어가 굳이 불필요하게 만날 필요는 없다. 오픈하우스나 바이어가 집을 보러 올 때 셀러는 잠시 집을 비우면 좋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