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세상-노블리스 오블리제
나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씩만 나누어주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상이 온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그게 쉽지 않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소유하면 결코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내놓기는커녕 아흔아홉 개를 가졌음에도 백 개를 채우려고 아등바등한다. 나는 한국에 살 때부터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문화가 정립되지 않은 것이라고 믿어온 사람이다. 현대판 귀족인 성공한 기업인들이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자신들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부자는 전부 도둑놈’이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을 뒤흔드는 생각이 공공연히 통용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국 최고의 갑부들이 펼치고 있는 ‘책임 있는 부자’(Responsible Wealth) 운동에 찬사를 보낸다.
미국의 힘의 근원이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상속세 폐지 반대, 공평 과세, 최저임금 인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축소’등이 ‘책임 있는 부자’ 운동의 핵심 강령인데 한국으로 치면 민주노총이나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펼칠 주장을 미국은 최고의 부자들이 앞장서서 주장하는 셈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사 빌 게이츠 회장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나 한국인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 CNN 창업자인 테드 터너, 세계 최고의 투자가 워렌 버핏, 미국의 전통적 재벌인 록펠러가(家)와 루즈벨트가(家) 사람들 등이 이 운동을 펼치는 주요 인물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상속세는 부자의 의무이며 이를 폐지하면 부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주가 조작, 분식 결산, 편법 상속 등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한국의 부자와 대기업들에 비하면 진실로 ‘책임 있는 부자’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기업가들 가운데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가족들이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돈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한 유한양행의 창업자 고(故) 유일한 회장이다. 또 43년간 비즈니스를 하는 동안에 단 한 번도 차입 경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신도리코의 설립자 고(故) 우상기 회장도 존경한다. 우상기 회장이 살아 생전 입버릇처럼 말했던 “회사 이익의 30%는 주주를 위해, 30%는 종업원을 위해, 30%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유보하고 나머지 10%는 사회에 환원하라”는 이야기는 내가 뉴스타그룹을 이끌어가는 정신과 거의 비슷하다.
남문기 著 나는 여전히 성공에 목마르다 176~177 쪽 中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