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질주했던 주택시장 이젠 '속도 조절'


이자율·집값 상승이 거래 감소 원인
바이어 구입 어려워 구입보다 관망
판매량 줄어도 가격 폭락은 없을 듯

모기지 이자율과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이 줄고 있다.


"그동안 빠르게 질주했던 집값 상승의 고속 기어를 저속 기어로 변속해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저속 기어야 말로 주택시장의 체감 경기를 제대로 표현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전국 주택시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최근 주택시장에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역적으로 매물이 늘어난 곳이 많아지고 가격이 조금 높다 싶으면 오퍼가 들어오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가격을 놓고 셀러와 협상을 벌였지만 이제는 아예 오퍼조차 쓰지 않는다. 가주의 경우 거래량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매물의 마켓 대기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주택시장이 슬로우해지는 이유를 분석해 봤다. 

◆모기지 이자율

주택 모기지 이자율은 1년전 보다 약 1% 포인트가 오른 상태다. 30년 고정의 경우 이자율은 현재 4% 후반대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들어 기준금리를 이미 3차례 인상하면서 모기지 이자율 책정에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은 지난 1월 2.50%로 시작했으나 11월 말 현재 3.06%로 크게 올랐다.

전통적으로 모기지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결국에는 주택 거래가 줄어들게 되어 있다. 아무리 바이어의 재정 상태가 좋다고 해도 끊임없이 오르는 이자율을 감당할 수는 없다.

10만 달러를 빌리는데 30년 고정에 이자율 4%를 적용하면 한달 페이먼트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477달러가 된다. 이자율이 5%가 되면 월 상환금은 537달러로 뛴다. 1%포인트 차이에 한달 페이먼트가 60달러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융자금액이 50만 달러로 높아지면 추가 페이먼트는 300달러나 늘어나게 된다. 

바이어가 300달러를 더 내야 되는 상황이라면 융자를 받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소득대비채무비율(DTI)이 올라간다. 즉 300달러의 채무가 더 늘어나게 되면서 DTI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바이어의 세전 소득은 최소 600달러 정도가 높아져야 된다.

만약 바이어가 소득을 더 높이지 않는다면 집을 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높은 집값

주택을 사고 싶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고 해도 집값이 끝없이 올라 갈 수는 없다.

아무리 마이홈이 좋다고 해도 바이어가 살 수 없는 가격대라면 더 이상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집값은 보통의 바이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의 가격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것이다.

즉 재력이 좋은 부자나 부모로부터 큰 돈을 물려 받은 유산 상속자 회사에서 거액의 보너스를 받은 사람과 같은 특수 계층은 주택가격이 더 올라도 집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매월 힘들게 돈을 모아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일반 바이어들이 집을 사기는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올들어 가주의 기존 단독 주택가격은 2017년 보다 8.4%가 뛰었다. 지난해 가을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가 추정한 4.2%보다 거의 두배 정도 올랐다.

전국 집값은 2012년 이후 부터 올해까지 7년째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도 소폭이기는 하지만 3~4%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택가격이 끊임없이 오르면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능력은 감소 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집값 폭락은 없다

주택시장이 점차 슬로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10년 전과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는 없다는 것이 주류 업계의 진단이다.

골드만삭스는 "높은 모기지 이자율과 집값 등으로 인해 거래가 감소한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며 연착륙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주택시장은 매우 안정적이다.

10년 전에는 노다운과 5% 다운으로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FHA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20% 이상을 다운하고 있다. 에퀴티 비율이 높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해도 홈오너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에퀴티 역시 안정적이다. 현재 홈오너들이 10년전 처럼 마구잡이로 에퀴티를 꺼내쓰지 않는 것도 주택시장의 붕괴를 막는 요소가 되고 있다.

또 금융위기 때 보다 모기지 융자 기준이 많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서브 프라임과 같은 부실 채권이 적다는 것도 연착륙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있지만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3년간 전국 집값이 3~4%대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원득 객원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12/13 부동산 1면